2025 연말 회고

2025 연말 회고

올해가 시작될 때 마음속으로 정해둔 목표가 세 가지 있었다.

  • 20kg 감량
  • 이직
  • 연고대 대학원 합격

지금 돌아보면 셋 다 꽤 무거운 목표였다. 그리고 신기하게도, 셋 다 성공했다.

이 결과 자체가 대단하다기보다는

왜 이번에는 됐는지를 정리해보고 싶었다. 그게 올해를 정리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.


돌이켜보면 나는 그동안 실패할 때마다

안 되는 것에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며 살아왔다.

아직 실력이 부족해서,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서, 조금 더 준비되면, 다음 분기에, 내년에는.

그 말들은 전부 그럴듯했고, 그래서 스스로를 납득시키기에도 충분했다.

문제는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됐다는 거다.


올해는 그 방식을 아예 버리기로 했다.

될지 안 될지를 먼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. 대신 그냥 제출하고, 그냥 지원하고, 그냥 만나고, 그냥 부딪혔다.

이직도 마찬가지였다. 완벽한 이력서를 만든 뒤 지원한 게 아니라

지원부터 해놓고 부족한 걸 채워나갔다.

나를 뽑아주는 포지션의 시니어들을 실제로 만나고, 모의 면접을 진행하고, 피드백을 듣고, 다시 고치고, 다시 부딪혔다.

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게 하나 있었다.

길은 미리 보이는 게 아니라, 일단 들어가야 보인다는 것.

이 지점에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.

2024년 1월에 HTML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던 내가 불과 5개월 만에 첫 취업을 하고, 만 1년이 됐을 때는 이직과 함께
코드잇에서 취준생을 가르치는 멘토 포지션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와서 보면 꽤 신기하게 느껴진다.

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배우는 입장이었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설명하고, 방향을 잡아주고, 조언을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게
쉽게 실감 나지는 않는다.

하지만 이걸 특별한 재능이나 계획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.

그저 계속 도전했고,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,
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운의 연속이라고 느낀다.


코드잇에서 멘토를 하면서 또 하나 느낀 게 있다.

남을 가르치는 환경에 놓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. 대충 알고 넘어갔던 개념들, 감으로 쓰던 것들, 설명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한 거라는 사실을 매번 마주하게 됐다.

더 잘 알려주기 위해 다시 공부하게 됐고, 정리하게 됐고,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졌다.

가르치는 입장이 됐다고 해서 성장이 멈추는 게 아니라,
오히려 성장의 밀도가 더 높아지는 경험이었다.


나는 삶을 꽤 운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 편이다.

다만 올해를 지나오면서 하나 확실해진 게 있다. 운은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라,

시행 횟수를 늘릴수록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이다.

지원하고, 떨어지고, 다시 지원하고, 부딪히고, 피드백을 받고,
다시 시도하는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배웠다.

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난히 밀도가 높았고, 정말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. 그리고 한 가지 더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.

1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, 사람 하나를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 이라는 것


내년에는 올해의 이 탄력을 잘 이어가고 싶다.

조금 더 정돈된 상태로, 삶에 대해 좀 더 무겁게 고찰할 수 있고,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하면서도 여전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한 해였으면 한다.

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일단 저지르고,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삶.

적어도 나에게는 이 방식이 가장 잘 맞는다는 것을 이제는 꽤 확신하게 됐다.